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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듯이 살고 있진 않고요. 없는 듯이 살고 있습니다. 


1. 책 읽기

크라카우어를 읽고 있습니다. <칼리가리>는 술렁 술렁 해서 일독을 마친 상태입니다. 술렁 술렁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건, 무수히 쏟아지는 영화들 때문입니다. 안 본 영화에 관한 글을 촘촘히 읽는 건 고역이죠. 그래서 대충 무슨 내용이고 어떤 장르의 영화들이 있는지만 살펴보았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거리 영화'라는 장르에 관한 대목이었습니다. 1923년 <The street>라는 영화가 나오게 되고, 이후 이와 유사한 영화들이 무수히 쏟아졌다고 하네요. 대표적으로는 파브스트의 <기쁨 없는 거리>도 여기에 속하고요. 개인적으로는 프리츠 랑의 <M>이 거리 영화의 거의 완결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크라카우어 영문판 책 모으기에 성공했습니다. 그의 책 중에 영어로 된 건 다 소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책 중 몇 몇 권은 번역 중이라는 이야기는 관심있는 분들은 다 아실 듯. <영화 이론>과 <사무직 노동자>는 번역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행히 두 권다 읽었는데, 놓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서 얼른 나와줬으면 해요. 그리고 제발 <대중의 장식>은 꼭 좀 번역해주세요. 몇 편을 골라서 꼼꼼이 읽어보니, 이건 너무 어려운 듯. 그러니 좋은 해제를 동반해서 번역 좀 해주세요. 네. 출판사 관계자님들. ㅎㅎ

한센의 <영화와 경험>은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벤야민 챕터를 먼저 읽었었는데, 이게 거의 한 달 걸렸고요. 지금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크라카우어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챕터가 아도르노의 영화론인데요. 그걸 위해서 아도르의 문화 이론 선집이랑, 아도르노가 쓴 영화에 관한 책을 한 권 구입해둔 상태입니다. 대충 5월 초에는 크라카우어-벤야민-아도르노로로 이어지는 한센이 들려주는 영화 이론 강의는 끝이 날 듯!

어제 오늘 에릭 센트너가 쓴 글을 한 편 읽었습니다. <기적은 일어난다>란 글로, <이웃>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죠. 우선 흥미롭습니다. 로젠츠바이크라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사람으로 시작해서, 벤야민, 슈미트, 숄렘, 지젝, 알튀세르, 프로이트, 알랭 바디우, 아감벤 등이 호명됩니다. 굉장히 어지러운 지적 계보도가 형성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사도 바울에 관한 걸로 마무리 되는 듯합니다. 흥분되는 글입니다. 공부할 과제를 던져주기도 하고요, 다시 아감벤을 봐야겠다는 충동도 일어나게 했습니다. (아 이런 거 자꾸 읽으면 영화 공부하겠다는 올해의 다짐은 수포로 돌아가는데...) 역시 정치 신학이 요즘의 대세인가요. 책 장에 묵혀뒀던 아감벤의 <The Kingdom and The Glory>를 책상으로 가져왔습니다. 4월에는 이 책을 ... 


2. 영화 보기.

솔직히 요즘 영화 좀 보고 있습니다. 아트시네마에서 하는 영화들 위주로 챙겨봅니다. 아직 제게 개봉작은 흥미로운 게 없네요. 그리고 집에서는 김기덕의 영화를 다시 몇 개 를 골라 여러번 봤고, 바이마르 공화국의 영화들을 몇 편 봤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영화를 보는 이유는 이걸 나중에 다른 시대와 장르로 접목시켜 보고 싶은 생각때문입니다. 영화는 국적이 없다고 하죠.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거장들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게 제게 흥미로웠습니다. 얼마 전 읽은 랑시에르의 책에서는 프리츠 랑의 두 시기를 약간 구분지어서 설명하던데, 저는 그 논의에 반대합니다. 저는 두 시기에서 나타나는 일관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라카우어가 말하는 '거리 영화' 즉 거리(street)와 벤야민이 말하는 거리(distance)가 두 시기 모두 랑의 주제였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리츠 랑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서 책도 구하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프리츠 랑의 전문가는 톰 거닝일테고. 그래서 그 책도 주문하면서 인터뷰집도 주문해둔 상태입니다.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좀 더 찾아봐야할 듯. 


3. 글 쓰기

최근 50매짜리 글 하나를 썼고. 짧은 글도 하나 더 쓸 듯. 물론 블로그에는 올릴 예정은 없음. 그리고 여름부터는 소논문을 써봐야할 것 같습니다. 놀아도 그냥 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무 의미 없는 글.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을 훈련 삼아 써봐야 할 것 같네요. 


4. 신간들.......................사고 싶다.

한나 아렌트, 칼 슈미트의 책이 번역된 게 있는데. 지금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구경만 하고 있다. 당분간은 자제 해야된다는 생각에 침만 삼키고 있다. 힝. 하긴, 사봐야 당장 읽을 여력도 없을 것 같다. 허나, 그래도..........사고 싶다.


에릭 센트너의 글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기적은 일어난다" 슈미트에게 기적은 예외였죠. 예외는 전체를 증명합니다. 그래서 기적은 모든 걸 증명해줍니다. 제게 기적이 일어나는 날, 제 모든 걸 증명해줄거라고 생각합니다. 5월에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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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금요일

금요일은 건전한 날입니다. 셋이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데 유독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람은 저랍니다. 나머지 둘은 늘 긴장되어 있고 텍스트를 숭배하듯이 대합니다. 중간중간 흐름을 깨고 얼릉 끝내기를 재촉하는 사람은 저입니다. 오늘도 금요일이 다가왔고, 힘겨운 스터디가 끝난 후 친구들과 카페를 나섭니다.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싶은 저는 밥 집을 찾습니다. "가볍게 먹자"는 친구의 말이 서운해 곱창집과 삼겹살 집에 눈길만 던져 봅니다. 결국 천국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 곳을 기웃거립니다. 두 친구는 빨리 집에가서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려고 하는데, 저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자꾸 지연시키려고 하죠. 평소 같았으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있었다면 가볍게 맥주! 라고 했을 텐데. 이 친구들이 술을 안 해요. 너무 건전한 친구들에게 술을 먹자, 노래방에 가자고 하기도 머쓱해서 "내가 핫초코 쏠게"라고 제안해 봅니다. 다행히 동의를 해줍니다. 기쁜 마음에 우리는 커피숍으로 가서 핫초코 두 잔과 아포가토를 시켜 놓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저는 먹고 싶은 것도 많았어요. 생과일 주스도 먹어야겠고 와플도 먹고 싶었는데, 이 친구들은 위마저도 겸손하더군요. 결국 건전한 금요일은 차 한잔으로 끝났답니다. 아마도 제 지인들이 이 사실을 알면 놀랄겁니다. 셋 중에 제가 제일 불건전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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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없게 글 쓰는 것도 재주다. 글 잘 쓰는 게 천부적인 거라서 그게 운명의 신이 점지해준 거라면, 글을 재미 없게 쓰는 재주도 일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고 그 성격은 곧 신이 정해준 것이다. 무미건조하게만 글 쓰는 것도 분명 재주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없기 있기 없기? 없기 ㅠㅠ 제발 좀 이제 슬슬 맛깔 나게 글 좀 쓰면 안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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